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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눈살 찌푸릴 ‘6ㆍ4 현수막 공해’…공무원은 ‘뒷북 철거’에 ‘바쁘다 바빠’

이룸인 2014. 4. 16. 10:22

[르포] 눈살 찌푸릴 ‘6ㆍ4 현수막 공해’…공무원은 ‘뒷북 철거’에 ‘바쁘다 바빠’

 

출처/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기사입력 2014-04-16 09:20

 

 

 

 

6ㆍ4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둔 지난 14일 서울 중구 충정로역 앞은 20여개가 넘는 투표 독려 현수막으로 가득했다. 건물 벽 뿐 아니라 가로등나무, 전봇대마다 현수막이 걸리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현수막은 “사전 투표에 참여하라”는 투표 독려 문구와 함께 예비후보 이름이 크게 적혀 있었다. 이는 불법 현수막이다.

이처럼 주말까지 서울시내 도로를 가득 메웠던 투표독려 현수막은 16일 오전 일거에 자취를 감췄다. 14일~15일 각 구청에서 부랴부랴 현수막을 모두 제거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삼선교 일대에서 현수막 철거 작업을 하던 구청직원 한명은 “자진정비할 수 있는 기간을 줬는 데, 현수막을 게시한 예비후보들이 내리지 않아서 우리가 직접 내리고 있다”며 “오늘 많은 직원들이 이 작업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현수막이 모두 사라진 충정로역 일대 16일 오전

 

 

 

 

16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전국의 각 지자체는 14일 오후부터 현수막 철거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안행부로부터 “투표참여를 권하는 현수막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시행령 제24조)’에 따라 광고물의 표시가 금지되는 가로수, 전봇대, 가로등 기둥, 도로분리대 등에는 설치할 수 없고, 해당 시ㆍ군ㆍ구청에 신고해 지정된 현수막 게시대에 게시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달들어 관련 민원이 급증하면서 안행부는 이같은 공문을 지난 10일 각 구청에 보냈다. 하지만 정작 현수막 철거 작업은 15일께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임의로 현수막을 철거할 경우 이를 게시한 예비후보 측의 반발이 있을 수 있어 그동안 구청 측이 쉽게 현수막에 손을 대지 못했던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예비후보가 지자체의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는 성북구 일대

 

 

 

선관위의 애매한 입장 역시 현수막 방치에 한 몫을 했다. 민원이 들어왔을 때 구청 측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하면,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사무소 외의 지역에 게시된 홍보물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설명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행부가 16일까지 모든 현수막을 강제철거할 것을 지시하면서 15일 오후 각 구청 해당 부서의 업무는 온통 불법 현수막 철거 작업에 집중된 것이다. 

 

 

투표 홍보물 무단 살포 현장


 

 

종로구청에서 현수막 철거를 담당하는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15일부터 철거를 시작했고, 선거관련 현수막 민원 때문에 현수막을 철거하기 위해서 모든 직원이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 구로구청 관계자 역시 “안행부에서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라며 16일까지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내 철거를 시작했고, 총 600~700개 가량의 현수막을 뗐다”고 했다.

현수막이 모두 철거되자 불평을 터뜨리던 시민들의 반응은 한결 좋아졌다. 16일 출근길 충정로역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전현우(26) 씨는 “결국 본인들을 뽑아달라는 현수막이었고, 불법선거물이어서 보기에 좋지 않았다”며 “모두 철거하니 시원하고 좋다”고 했다.

gyelov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