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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현수막 200㎞가 포대 10만개로

이룸인 2014. 5. 19. 10:39

다 쓴 현수막 200㎞가 포대 10만개로

출처: [중앙일보] 입력 2014.05.14 01:53 / 수정 2014.05.14 01:54

 

 

 

 

 

 

재활용 10년 맞은 대구 남구청
소각 오염 없고 포대 구입비 절약
"편리하고 질겨" 상인들도 얻어가

 

 

 

길이 208㎞, 포대 10만4000여 개. 대구 남구청이 지난 10년간 재활용한 옥외 광고용 현수막(플래카드)과 이를 이용해 만든 포대 숫자다. 2004년 전국 처음으로 시작한 ‘폐현수막 포대 만들기’가 구청의 대표적인 자원 재활용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자원을 아끼면서 포대 구입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남구 봉덕동 구민체육광장 주차장 한쪽에 컨테이너 하나가 놓여 있다. 32㎡(약 10평) 크기의 컨테이너 안에는 각종 현수막이 수북이 쌓여 있다. 주택분양, 축구대회, 연극공연 등을 알리는 것들이다. 현수막 옆에는 재봉틀 두 개가 놓여 있다. 이경숙(61·여)씨가 폭 90㎝, 길이 6~9m인 현수막을 2m 간격으로 자른다. 이어 반으로 접고 나일론 끈을 가에 댄 뒤 능숙한 솜씨로 재봉틀을 돌린다. “드르륵, 드르륵”하는 소리가 몇 번 나더니 포대 하나가 뚝딱 만들어진다. 이를 뒤집으니 멋진 자루로 변신한다. 끈을 당기자 입구가 조여진다. 이씨는 “많게는 하루 100개까지 만든다”며 “못 쓰는 현수막이 포대로 다시 살아나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현수막은 모두 3만4715개(길이 6m기준). 이를 이용해 만든 포대는 10만4145개에 이른다. 소각될 현수막이 생활에 유용한 물건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현수막 재활용은 환경부서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자원 재활용 방안을 논의하다 폐현수막을 이용해 무엇인가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 골목길 등에는 각종 행사를 알리는 불법 현수막이 많았다. 구청 단속반이 현수막을 철거해 쓰레기 소각장에서 태웠다. 직원들이 머리를 맞댄 끝에 포대를 만들기로 했다. 남구청 백귀희 자원재생담당은 “소각에 따른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생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이 포대였다”고 말했다.

 남구청은 이를 대표적인 재활용사업으로 정하고 작업장을 만들었다. 재봉틀 두 대를 설치하고 공공근로자 선발 때 재봉기술이 있는 사람 두 명을 뽑았다. 이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포대를 만든다. 현수막을 양쪽에서 지지하는 막대기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포대 제작 공간 옆에 목공방을 설치해 화분대·의자·책장 등을 만든 뒤 저소득층 가구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자원 재활용에다 인력 고용 효과까지 거두고 있는 셈이다.

 포대는 구청과 동 주민센터에서 주로 사용한다. 환경미화원이 길거리의 낙엽을 치우거나 구청·동 주민센터에서 재활용품을 담을 때 사용한다. 천이 두꺼워 질기고 입구를 오므려 묶을 수 있도록 끈도 달려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포대를 찾는 주민도 있다. 관문시장·대명시장 등 관내 6개 전통시장 상인들이 시장에서 나오는 각종 쓰레기를 이 포대로 처리한다. 남구청은 재래시장에 매년 700여 개씩 배부하고 있다. 봉덕신시장 서영조(63) 상인회장은 “폐현수막 포대가 상인들에게 자원 재활용의 교훈을 심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구의 정하영 부구청장은 “다음 달 지방선거가 끝나면 현수막이 많이 나오는 만큼 포대 외에 장바구니도 만드는 등 여러 가지 활용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